수기공모작 - 황정국 - 내 인생은 마라톤

by Spencer posted Nov 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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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마라톤

2017 5 20일 토요일.  50번째 생일 내 인생을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면서 살겠다고 결심하며 날짜를 세기 시작한지 248일째,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된 노스욕 달리기 모임에 나갔다. 처음이었지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회원님들 덕분에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열심히 운동하겠다는 의욕으로 10km를 완주한 후 종아리가 쑤시고 오른쪽 발가락 두개에 피멍이 들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 속에서 운동한 후 커피와 함께 나누는 회원들과의 즐거운 대화는 민트향만큼 신선한 경험이었다.
 
달리기 입문 만 4개월째 되는 9 20일 오늘, 처음으로 사용하는 스마트 워치와 함께 새벽 5  1시간 30분 동안 16km를 달렸다. 짧은 기간 경험한 달리기지만 나에게는 다양한 매력과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다. 편안한 호흡으로 천천히 달릴 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다정한 연인의 부드러운 손길처럼 느껴졌고, 점점 흐르는 땀과 상승하는 체온은 내 몸의 모든 세포와 기관 하나 하나가 살아 있음을 알리는 생명의 아우성으로, 테니스장부터 시작하는 마지막 스퍼트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적 자유를 만끽하게 하였다.
 
그동안 살아오며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운이 따라 준 덕분으로 현재 토론토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보내고 있다. 한시적이지만 이런 완벽한 여건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그저 흘려 보내지 않기 위해 매시간을 관리하고, 매일을 기록하며 미래의 큰 그림을 위해 역량을 높여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달리기가 나의 모든 활동의 강력한 동력이자 에너지원으로 나타난 것이다.
 
나에게 달리기는 자유이며 치열함이다. 힘들게 달리며 시간을 체크하고, 거리를 늘려가면서 기존에 나를 구속하고 있던 한계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고통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자유와 다르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높이, 멀리 나는 새'알바트로스'는 한치 앞의 자유만을 즐기며 비바람에 숨는 '메추라기'와는 다르게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바닷가 절벽에 서서 그 큰 날개를 펼치고 대양을 향해 나른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나는 과연 폭풍우에 맞서고 그것을 넘어 진정한 자유를 향해 나아간 적이 있었나 아니면 손바닥만한 자유에 만족하는 삶은 아니었나를 생각했고, 그 동안 나의 인생은 폭풍우에 맞서는 치열함이 없던 메추라기의 삶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달리기를 하며 시도하는 작은 도전들은 열심히 사는 인생이 아닌 진정한 자유와 미래의 큰 그림을 향해 치열하게 살기 위한 나의 실천이다. '인생은 백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무조건 앞만 보고 질주하다 갑자기 멈추는 것이 아닌 주변을 둘러보고 현재에 감사하고 미래의 원대한 이상을 위해 정성스럽게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치열함이다. 우리에게 주어지 현재는 위대한 감사고, 보석처럼 아름답고 귀한 시간들이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이 소중한 현재 나에게 펼쳐진 이 순간에 더욱 감사하고, 정성스럽게 보듬어 나가 인생의 결승선에서 후회하지 않는 마무리를 꿈꾸며 오늘도 나는 달린다.

황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