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남편과 함께 ‘나이야.. 가라’ 근처를 산책하다가 기막힌 등산 코스를 발견하고 ‘오 마이 갓!’을 연발 했던 적이 있습니다. 두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풍광에 홀려 정신 없이 빨려 들어갔던 등산 초입부터 ‘네 아자씨, 그러면 다음에 올께요 안녕히 계세요' 하고 꼬리를 팍 내릴만큼, 만만치 않은 코스임을 직감하고 언젠가 runner’s club 전우(?)들을 대거 동원해서 함 붙어보러 올거라고 다짐했던 코스를, 이번 6월 산행에 간다기에 마음은 벌써 나이야 가아라! 로 내닫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6월 한 달 동안 고혈압과 신장결석으로 2번이나 오밤중에 응급실로 밤 마실을 다녀온 우리 남편을 데불고 여길 가? 말어? 를 되새김길 하다가 ‘하느님 빽’ 을 믿고 후다다닥 남편 등을 밀어 붙였습니다.
다행히 안정림 님 차에 올라타는 행운으로 토론토에 도착한 저녁7시까지 운전을 면한 호강은 누렸지만, 산행 5시간 내내, 벌벌 기고, 후둘후둘 떠는 내 다리들에게 협박과 아부를 일삼으며 정신없이 땅과 바위 덩어리들만 보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아름다운 경치, 솔직하게 고백하면, 그건 성질 급한 언니야들이 오늘 당장 올린 사진 그거 자세히 뜯어보고 알았습니다. 걸을 땐, 살아 돌아가기 위한 일념으로 죽자고(?)걷고 이따금 한숨 돌릴 틈이 생기면 경치보다 ‘우리 아자씨 잘 따라오고 기신지’ 고개 쭈욱 빼고 눈치만 살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산대장님의 따뜻한 배려로 화장을 고친 후에 힐낏 훔쳐 본 경치는 ‘ 정말 빵빵하게 인물 값 할만하네요 ~잉' 하는 감탄이 이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그 와중에 소중한 깨달음 두 가지를 얻었습니다.
‘ 노력 없는 보람은 없다' 와 ‘아직도 인생을 누리고 즐길 줄 모르는 나 자신에 대한 자각’ 이었습니다. ,
헐레벌떡 헉헉 대느라 못 본 것 같아도 , 그래도 짬짬이, 틈틈이 내 두 눈이 큰 호사을 누릴 수 있었던 건 바로 아낌 없이 수고해준 내 두 손과 두 발의 노고와 희생의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앞에서 또 뒤에서 손 발이 되어 주신 산 대장님과 또 안정림 님 덕분에 우리 11명의 일행은 눈이 되어 행복할 수 있었 듯 말입니다.
또 한 가지, 산딸기나 이름 없는 잡풀 쪼가리에도 감탄사 펑펑 날리며 친하게 인사하고 사진을 찍어대는 우리 몇몇 언니야들, 첨엔 참 유난떤다 싶었는데, 나중엔 메마르게 살아 온 내 정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잘 될진 모르겠지만 나도 걔네들과 안면 트고 인사 나누게 되면 더 행복해질 것 같았습니다. 이 외에도 무진장 느낌표 많지만 지루하실까봐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딱 한가지만 더 , 함께 못 가신 분들에겐 안 됐지만 와이너리 에서 우리끼리 무진장 재미있는 시간 보냈습니다. 그 덕에 저는 거의 헤어질려고 굳게 다짐했던 옛 사랑(?) 우리 wine님과 잠시 뜨거운 애무의 시간(ㅋㅋ)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귀하고 예쁜 시간을 만들어 준 우리 준 초이 대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3 7 1 가나다 day 우와 ! 새벽 3신데 시방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겨!
루도비까